옆 사무실에서 곶감경영인협의회라고 간판을 달더니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면서
책상 소파 컴퓨터도 들여놓고 청소도 한다. 내일이 개소식이라고 나보러
점심때 떡이랑 삶은 고기 몇 점 먹으라고 오랜다. 곶감연합회가 있는데
협의회를 왜 또 만드냐고 예의바른 얼굴에 직설적으로 뜨끔한 질문을 날렸다.
의외로 선선히 속사정을 말해주었다. 곶감을 대량으로 만드는 업자들이
연합회를 사유화하고 꼴통짓을 한단다. 그것에 불만있는 사람들이 협의회를
만들어서 경쟁구도를 만드는 거라고. 주로 젊은 사람들, 농사안짓고 곶감철에
곶감으로 부수입 올리는 사람들이 많은 듯했다. 규모가 어느 정도냐고
커피랑 명함 돌리면서 물었다. 12동도 하고, 20동도 한단다. 곶감 십이만개나
이십만개씩을 만드는 사람들이 소규모라고 하니 할말이 없다.
1동 만들어 만개 깎아서 내년에 지인들과 나눠먹으려는 나의 계획이 초라했다.
뭐든지 규모화가 되고 상업화가 되면 나쁜 짓이 끼게 된다. 그래서
친환경 무유황 훈증처리 곶감하는 사람 있냐고 물었다. 그렇게는 곶감 못만든댄다.
거짓말. 내가 무유황 전통 곶감 만드는 사람 아는데, 그형 곶감도 때깔 좋고
맛좋아요. 바람이 잘 통하게 넓은 면적에 조금 널려 말리면 곰팡이도 안끼고
색깔도 안 검어요. 대규모로 곶감 만들려니 그렇지 이 아저씨들아.
곶감 만들어서 돈 벌려니 그렇게 되지. 그거 먹을 사람들 얼굴 떠올리면
그렇게 할수 있을까 과연.
저녁에는 운영위 했다.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서 아구찜에 소주가 한잔 돌았다.
다들 추운 날씨에 뜨거운 방에서 얼굴이 붉어서 열띤 토론을 하는데, 화두는
억대농이다. 시와 기술센터, 지역 유지들이 하고자 하는 귀농이 억대농 육성이면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과연 뭐냐. 이명박이 고질소 녹색성장이라고 하면
우리는 저질소 똥색순환이고, 그들이 억대농이면 우리는 자립적 소농이다.
근데 자립적 소농이란 말은 섹시하지가 않잖아. 뭔가 매력적인 대항어가 필요한데,
그게 뭘까 라는 주제로 한참 토론을 하는데 결론은 안나고.
오늘도 숙제를 남기고 다들 바이바이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명학 아저씨가 시간도 늦었고 해서
우리집에서 잔단다. 모과차에 딸기 한줌 놓고 한참 이야기를 했다.
역시 농사꾼이라 12시 넘어가니 졸린 기색이 완연하다.
졸려서 누운 사람 옆에 앉아서 또 한참 까불었다.
어제 온 사람 중에 이런 사람이 있고, 저런 사람이 있고 어쩌고 저쩌고......
이제 고만 자랜다.
"일곱시 반에 깨워드릴까요?"
물어보니 새벽에 일어나는 농사꾼답지않게 태평하게
"왜 그리 일찍 일어나나?" 되물으신다.
"농사꾼은 겨울에는 늦잠 자야해."
형님, 존경합니다. 내 일찍이 형님처럼 살려고 여기 내려왔어요.
자발적으로 게으른 삶 사는 형님 사랑해요.
옆방에선 나즈막이 고요한 숨소리가 들리는데
잠결에 나즈막한 목소리가 미친듯이 듣고 싶었다.
둥근 눈이 슬며시 감겨 있을 것이고 속눈썹이 까만 눈망울을 가릴 것이다.
코가 납죽하니 숨소리가 고울 것이고, 볼이 더운 방안에서 발그레하겠지.
내일 아침 추우니 꽁꽁 싸매고 다닙시다. 마음도 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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