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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과 귀부인

2010/02/23 01:09 from 분류없음

피곤한 하루를 보낸 끝에도 머리속에서 유니콘과 귀부인의 태피스트리 문양이 떠나지 않는다.


"인도에서 이상한 짐승을 잡았다. 몸은 말과 비슷하며 머리는 사슴, 발은 코끼리의 그것을 하고 있었다.
 산채로는 잡을수 없었다."


성령과 야수, 죄악과 순결의 상징 유니콘과 순결한 귀부인은 음탕하게 서로에게 몸을 기댄 채 얽혀있다.
처음 이 그림을 보았을때 난 눈을 뗄수 없었다.



"이 신비한 일각수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순결한 처녀밖에는 없다. 그러면 이 짐승은 처녀에게로 뛰어든다.
 일각수는 머리를 숙이며 처녀에게 경배를 표한다. 그때만이 유일한 시간이다.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는 짐승이
 오로지 순결와 순백만을 받아들이며 자신을 순하게 만드는 순간이다. 이 아름다운 처녀말고 누가 이 짐승을
 굴하게 할 것인가?"



"처녀의 거울은 일각수를 비춘다. 유니콘은 스스로의 아름다움과 순백의 상징에 취해 고개를 숙인다.
 유일하게 일각수와 맞설수 있는 짐승은 사자이다. 사자는 그 이빨과 발톱으로 유니콘을 갈기갈기 찢을 것이다.
 유니콘은 처녀의 순백과 청순함 앞에서 죽음보다 더한 황홀감을 맛본다. 그것이 그를 죽일 것이다."
 

방패와 깃발에 나타난 초승달의 문양은 달의 여신과 음, 어둠을 상징한다. 태양은 밝음과 남성, 양의 상징이었다.
달은 이단과 일탈의 상징이었다. 유니콘은 달의 순결한 처녀 이외에는 따르지 않는다.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순간 앞에서도.



테피스트리의 배경을 자세히 보면 원숭이와 사냥개, 새가 그려져 있다. 속되고 흔한, 더러운 존재들의 배경 앞에서
유니콘의 순백과 순결은 더욱 강조된다. 붉은 배경은 피와 월경, 달의 움직임에 속한 존재들, 이단을 상징한다.
젖과 꿀처럼 달디 단 열대와 뜨거운 나무 열매들, 거칠게 벌어진 나뭇잎들, 하늘을 거스르는 거친 뿔.



이유는 모르겠지만 눈물이 났다. 처녀의 무릎에 앞발을 공손히 기댄 유니콘을 사자가 노려본다.
그 거울 안에는 죽음과 아픔과 환희의 짧은 순간이 그려져 있다.
처녀의 승리, 유니콘의 패배와 죽음, 그것을 받아들이는 그 아찔한 아름다움과 위험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무지한가.

Posted by piggymother 트랙백 0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