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4대강 죽이기 사업이 국회에서 예산 문제로 계류되고 있는 동안, 개발주의에 자연환경이 짓밟히는 것을 우려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예산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니 4대강 죽이기 사업은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다소나마 안심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디서 공사 대금이 나왔는지는 알 수 없어도, 정부의 방침이 떨어진 이후부터 공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경상북도 상주시 주변의 낙동강에서는 2009년 여름부터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이름하에 대규모의 하천 준설과 강변의 생태환경 파괴가 꾸준히 이루어져 오고 있습니다. 전 국토에서 16개의 준 댐급 규모의 대형 다목적 보가 건설되는데, 이중에 낙동강에서 그 절반에 해당하는 8개의 보가 생겨나고, 상주에서는 2개의 보가 생겨나게 됩니다.
맑은 물이 흐르고, 수많은 물새들과 주변 식생들이 모래밭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살아가던 낙동강의 평화롭고 고요한 풍경을 우리는 이제는 다시는 우리의 남은 생에서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 낙동강 변은 굴삭기와 포크레인, 덤프트럭이 24시간 쉬지 않고 내는 비명 소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되면서 상주 낙동강변의 곡창지대는 강바닥에서 퍼낸 모래와 흙탕물이 가득한 공사판이 되었습니다. 줄줄이 늘어선 덤프트럭이 고용창출 효과를 과시하려는 듯 끊임없이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상주 시민들과 그 지역에서 살아가던 주민들의 모습은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낙동강 죽이기 사업 33공구 상주보
상주 시내에서 약 10㎞ 떨어진 상주 IC 인근의 상주보는 현대산업개발㈜와 8개 건설사가 컨소시엄으로 시공하고 있습니다. 가장 해발고도가 낮은 강창교에서 내려다본 낙동강의 물은 이미 흙탕물이 되어 흐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암반을 깨고 상주보의 기초공사를 하던 시기에는 오탁방지막이 무색하게 주먹만한 누런 거품덩어리가 강 전체를 덮고 흘렀습니다. 강창교 건너 왼편에는 현대산업개발의 사무실이 있고, 왼편으로 돌아 낙동강 변으로 들어서면 거대한 모래 제방이 공사차량 통행로로 변해서 수 km를 걸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통행로 양편에는 준설을 알리는 붉은 깃발과 우레탄과 콘크리트로 뒤덮일 것을 알리는 파란 깃발과 노란 깃발이 점령군처럼 기세등등하게 강변에 줄지어 늘어서 있습니다. 강변의 갈대와 억새풀로 이루어져 있던 주변 습지와 논으로 활용되던 하천 부지는 젖은 모래로 이미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강변 곳곳은 흙 파기가 한창입니다. 파낸 흙을 실은 덤프트럭은 제방 건너편 농지로 향합니다. 지난해까지 농사를 짓던 강변 하천부지들은 차곡차곡 깎여나가고 있습니다. 넓은 농지는 트럭이 쏟아놓은 흙더미로 거대한 고분군처럼 모래의 무덤이 되어버렸습니다. 기나긴 모래 제방 도로를 지나 현장으로 들어서면, 물막이 공사로 철제빔이 빽빽이 둘러서 있습니다. 안쪽에서는 보 기초공사가 한창입니다. 이미 강바닥의 암반까지 깨고 콘크리트 타설이 완료되어 있고, 그 위에서 철골로 가동보의 수문 기초공사까지 진행되면서 거대한 보의 위용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수백 대의 공사장비가 강 바닥 평탄작업을 벌이며 상주보 인근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의 터전을 깍아내고 있습니다. 3월 현재 공정은 6%가량입니다. 7월 홍수기 전까지 기초공사를 끝내고 가물막이를 해체해야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야간작업은 물론이고, 24시간 공사까지 하면서 끊임없이 강을 잘라내고 있습니다.
낙동강 죽이기 사업 32공구 낙단보
오리섬이 죽었습니다.
상주보 건설현장 아래쪽에서는 낙동강의 지류인 병성천이 합류하면서 강폭이 넓어집니다. 그 합류지점 바로 위에는 철새들의 낙원인 오리섬이 있습니다. 이 강 중앙에 있는 섬은 이미 준설토로 뒤덮여서 과거의 수생식물과 동물들의 서식지였던 모습을 하나도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 준설토가 뒤덮인 섬은 5m 정도 해발고도가 올라갑니다. 강물이 6m 정도 깊어지기 때문에 그정도로 흙을 쌓아서 올리지 않으면 물에 잠기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콘크리트로 덮은 후에 생태공원이 조성된다고 합니다. 상주보의 강성호 현장소장은 “(오리섬은) 성토를 하더라도 홍수기 때는 물에 잠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멀쩡히 살아있던 생태서식지를 없애고 이름뿐인 생태공원을 조성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걷는다
지난 10월, 상주에서 진행되는 낙동강 죽이기 사업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강과 습지를 사랑하는 상주 사람들”이라는 조그만 모임을 만든지도 반년이 되어갑니다. 그동안 아무것도 할수 없는 우리들의 모습에 스스로 조바심을 내며 죽어가는 강을 그저 쳐다보기만 한 채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강의 죽음에 함께 울어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지율 스님과 천경배 신부님 등 종교인들을 따라 함께 진행한 순례가 벌써 열 다섯 번째를 맞이합니다. 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낙동강을 따라 걸으면서 강의 아름다움에 새삼 놀라고, 죽어가는 강의 다시는 볼 수 없는 모습 앞에서 그 모습을 마음에 새기기 위해서 걸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낙동강을 바라보고, 강을 따라 걸으면서 힘든 숨을 내쉬고 있는 낙동강과 그 호흡을 느끼며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스러져가는 자연을 돈으로, 개발의 대상으로 보는 자들의 무지와 폭거를 용서해달라고 조용히 꿇어앉아서 기도를 올립니다. 강은 대답이 없이 살과 뼈를 드러낸 채 묵묵히 피를 흘리며 흐를 뿐입니다. 우리는 죽어서 시멘트와 우레탄으로 덮인 강변과 함께 없어지겠지만, 우리가 낳고 우리가 살던 땅에서 자랄 우리의 후손들의 고통에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책임질 자들은 한번이라도 이 강과 함께 시선을 마주한 적이 있을까요? 과연 이 거대한 공사판의 죽음 앞에서 축배를 드는 자들 중에서 강의 죽음 앞에서 울어줄 자가 한명이라도 있을까요? 없습니다. 없으니까 이렇게 가슴아픈 일이 24시간 지금도 쉬지 않고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걷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지만, 우리는 맑은 눈으로 이 강을 한번이라도 더 바라보고, 강의 울음을 대신 울어주기 위해서 걷습니다. 우는 강은 소리가 없고, 시끄러운 공사판에는 죽음이 흐르지만, 우리는 말없이 걸을 뿐입니다. 지금 사라져가는 이 강의 숨결을 한번이라도 느끼고자 하는 분은 “강과 습지를 사랑하는 상주 사람들”로 연락을 주시고, 함께 손을 잡고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내일도 낙동강을 갑니다. 4대강 사업이 멈추지 않는 이상, 우리의 걸음도 멈추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