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피곤했거든 요즘. 어제도 맨날 가는 주말에 낙동강 순례를 갔다오고 그래서.
주중이고 주말이고 멍청하니 하루종일 집에서 빈둥대고 심심해서 폐인생활하는 날이 별로 없어서
짜증이 슬금슬금 나는 날도 있었거든요.
어제는 한분이 나보고 머라고 하냐면 글쎄.
정부에서 이렇게 나쁜 일을 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밖에 못하냐는거야.
사람들을 수백명 수천명 조직해서 빨리 대규모로 으싸으싸 할 생각을 안하고
왜 이렇게 소소한 활동에 머무르고 있냐고 그러더니깐요.
머리에 뭔가 한대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죠.
가타리나 이딸리아에 그 누구냐 감옥에서 수십년 동안 글만 쓴 그 누구지 그래 옥중 수고를 쓴 안또니오 그람시가
대중에 대해서 썼던 많은 글들이 전두엽으로 훅 하고 밀려왔어요.
대중은 혁명가에 대해서 기대를 가지고,
혁명가 양반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안하느니만 못한 멸시와 천대를 받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그런 사람으로 그분에게 인식되고 있느니 마느니는 부차적인 문제이니 제쳐두고더라도,
내가 엄격하게 스스로에 대해서 규정을 하지 않고 그냥 이런 일을 실무적으로 아무생각 없이 진행만 하면
어느 순간 피곤에 지쳐서 혼자서 나가떨어지지 않을까 그런 미래가 훅하고 머리속으로 개념 정리가 되는거야
무서운 거지. 내가 좋아서 나선 일에 혼자서 지쳐서 나가떨어지고 사람들에 대해서 아래로 내려다보고 나와 대중을 괴리해서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게 제일 무서운거야 제일 무서운거.
"사람들은 안돼. 대중이 그래서 이렇게 머무를수밖에 없는거여.
그래서 시발 국민들은 개새끼여.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나에게 존경과 보답을 하지 않느냐고!"
라는 논지로 인터넷에 수많은 개뻘소리를 싸질르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국개론자들의 논리를 내가 가지게 되는거거든요.
나는 혁명가도 아니고 무슨 책임을 지고 무언가를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내 삶의 일부를 쪼개서 기왕이면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 좋지 라고 그냥 생각하는 사람에 불과해요.
진보신당이니 나눔문화니 하는 사람들에게 내 돈 후원하는 것도 그래서 하는 것이고
지역에서 조그만 모임의 심부름을 하는 것도 내가 사는 곳이 더 좋은 곳이 되면 좋겠다는 조그만 욕심에서 하는 것에
불과한데, 어느새 내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 마냥 힘들어도 피곤해도 손해를 봐도 된다고 희생하자고
마음먹었던 수많은 일들에 대해서 스스로 미안하고 반성을 많이 했어요.
내가 좋은 일을 하면 좋은 것이죠. 근데 그것에서 더 나아가서 내가 무슨 인생을 투쟁에 바치는 사람마냥
스스로를 옥죄기 시작하고 그것에 매이기 시작하면 나와 다른 사람들을 분리하기 시작해요.
아주 무서운 생각이에요 이거는. 그래서 오늘 생각한게 머냐면
사람들에게 칭찬받을 정도로 하지는 말자라는 거에요.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를 하고 칭찬을 하고
뭔가를 더 하길 바라기 시작하면 그 관계는 진짜로 깝깝해지기 시작하는 거에요.
머 그렇다고 해서 기존에 하던 거를 안하고 이제는 내 스스로 앞가림을 하겠어 돈을 벌겠어 이런것에 골몰하지는 않을거고
계속 열심히 하던 거를 하긴 하겠지만 다른 양반들이 나에게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라고 생각없이 요구하는 식으로
남들에게 요구하지는 않을거에요. 난 건전한 생활인으로 그냥 착하게 살면서 나하고 싶은대로 하고 가끔은
오로지 나만을 위해서도 나의 시간을 할애하고 그렇게 살아갈거에요.
당신하고 행복하게 지내기 위한 삶이 결국은 가장 큰 나의 목표니까.
니들이나 삶을 바쳐서 투쟁하세요. 일상에서 바꾸고 싶은 거, 답답하고 깝깝한거 있으면
씨발 세상은 왜 이리 족같아? 왜 이렇게 안되지? 누가 이런거 안하나?" 라는 식으로 남들이 무엇인가를 하기를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찾아나서고 뭔가를 하세요. 라고 내가 뭔가를 하기를 기대하기를 바라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은 날이었어요.
그래도 그렇게 사납게 쏘아붙이지는 않을거에요. 착하게 예의바르게 항상 공손하게 사람을 대하는 것은 중요한 덕목이니까.
그래도 뭔가 정리를 하고 나니까 내일의 일상이 덜 갑갑하게 느껴집니다. 기분이 좋네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옳은건지 나쁜건지에 대한 판단따위는 개나 먹으라고 제쳐두고
내일 또 부지런하게 하루를 보내면 되는거지. 난 생업이 있고, 미래를 준비하는 생활인이니까.
가족이니 사랑하는 사람을 모두 제쳐두고 투쟁이니 진보적 활동만 하는 그런 운동가는 아니니까.
하루 더 지내고 당신 더 사랑하면 되는거니까.